영화처럼 떠나버린 다케우치 유코의<지금, 만나러 갑니다> 장마철 로맨스 줄거리
<지금, 만나러 갑니다> 줄거리
타쿠미(나카무라 시도)는 어린 아들 유우지와 단둘이 살고 있는 싱글대디입니다. 아내 미오는(고 다케우치 유코) 병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여전히 그리운 존재이고 마음 한편으로는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아내 미오가 아들에게 남긴 그림책에 1년 후 비의 계절에 돌아오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장마가 시작되었고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진짜로 아내가 다시 나타난 것입니다. 그런데 미오는 이 두 부자를 기억을 못 합니다. 내가 아내였고 엄마였다는 사실조차도 기억에 없습니다.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입니다. 집에는 세 식구가 행복하게 살았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으니 미오에게 우리가 가족이었다는 사실을 하나하나 알려주면 됩니다. 그리고 타쿠미는 미오에게 둘의 첫 만남부터 부부가 되어 살게 되기까지의 러브 스토리를 들려줍니다.
한 집에서 생활하다 보니 미오에게 아들 유우지는 너무 사랑스럽고 타쿠미에게도 점차 사랑의 감정이 싹틉니다. 그러나 평화로운 이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미오는 과거 본인이 썼던 일기장을 보았고 비의 계절이 끝나면 사랑하는 타쿠미와 유우지의 곁을 영원히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서둘러 미오는 유우지에게 혼자서도 잘 생활해 나갈 수 있도록 요리와 기본적인 집안일들을 알려주었고 동네 케이크 가게에 아들이 18살이 될때까지 매년 생일 케이크를 미리 주문해 놓습니다. 그리고 장마가 끝나고 비가 그친 날 미오는 사랑하는 타쿠미와 유우지 곁을 떠납니다.
미오가 발견한 문제의 일기장에는 과거 타쿠미와 미오의 이야기가 써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서로를 짝사랑하고 있었지만 둘 다 쑥스러운 성격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 못한 채 각자의 대학으로 입학을 하면서 끝내 헤어지게 되었고 타쿠미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용기를 내준 덕분에 가까스로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또 타쿠미가 병을 얻게 되면서 좌절하며 이별을 고했고 그런 타쿠미를 향해 달려가다가 미오는 교통사고가 나고 맙니다. 미오는 교통사고 후 깨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미래를 다녀오는 기이한 현상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미래에 남편이 된 타쿠미와 아들 유우지를 만나게 된 것입니다.
미래에서 돌아와 의식을 회복한 미오는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타쿠미를 선택하면 그와 결혼을 하고 아들 유우지를 낳게 되지만 자신은 일찍 세상을 떠나게 된다는걸 미리 알아버렸습니다. 타쿠미를 선택하지 않으면 더 오래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누구와 어떤 사랑을 하고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지금은 알 수 없습니다. 삶과 죽음과 사랑을 결정짓는 무거운 선택을 하게 된 미오는 일기장에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고 쓴 뒤 타쿠미에게 향합니다.
영화처럼 떠나버린 다케우치 유코
이 영화의 주인공 다케우치 유코는 고인 입니다. 너무도 아름다웠고 젊었고 활발한 활동을 했던 터라 2020년에 들려온 사망소식은 믿을 수 없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건 둘째 아들을 낳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에 들려온 비보라서 남겨진 아기를 생각하면 가슴이 많이 아픕니다.
다케우치 유코에게 있어서 이 영화는 빼놓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제작비가 그리 많이 투입되지 않았음에도 탄탄한 스토리와 수체화같은 영상미,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기반으로 엄청난 흥행을 한 영화입니다. 20년 전의 영화이지만 일본의 로맨스물 하면 떠오르는 영화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시대를 타지 않고 회자되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영화 속 스토리처럼 두 남녀 주인공이 실제로 결혼을 했다는 점과 실제로 아들을 낳았다는 점이 닮아있습니다. 비록 현실은 그리 아름답지 않게 이혼으로 끝나버렸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인정하긴 싫지만 영화처럼 다케우치 유코가 너무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 또한 영화와 닮아 있습니다.
이혼 후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였고 재혼으로 자녀도 낳았고 차기작도 예정되어 있던 시점이었는데 유서 한장도 없이 너무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갑자기 떠나버려 허망하기만 합니다. 그러한 이유 때문인지 영화가 더욱 절절하고 가슴 저리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장마철 로맨스
저는 특이하게도 영화나 드라마를 선택할때 현재의 계절 상황과 맞는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현재가 겨울이면 겨울영화를, 현재가 여름이면 여름영화를 보는데 이렇게 해야 계절에 맞는 영화 속 의상들 보는 재미도 있고 무엇보다도 감정 이입이 훨씬 더 잘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비가 연신 주룩주룩 오는 장마철에 감상하는 걸 추천합니다. 영화 속에서도 비가 많이 올뿐더러 판타지가 가미된 독특한 내용의 로맨스에 집중하고 있다가 영화가 끝나면 현실에 내리는 비와 함께 영화의 잔상과 아련한 여운이 오래갈 것 같습니다.
사랑했지만 헤어져버린 남자친구와 재결합하면 결혼도 하고 아들도 낳는 대신 본인은 일찍 죽는다는 걸 만약 알았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 안해 볼 수 없는데 영화 속 미오는 죽음도 감수하고 기꺼이 그 삶을 선택했지만 만약 저라면 다른 선택을 했을 것입니다. 나중에 다가올 남편과 아들과의 이별이 생각만 해도 너무 슬퍼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저는 아예 시작조차 안 하는 걸 선택하겠습니다. 이렇게 긴 여운을 남기는 타임슬립 소재 판타지 러브 스토리는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소지섭, 손예진 배우의 주연으로 리메이크 영화가 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기억하는 대표 이미지는 마당이 있는 아담한 목조 주택, 하얀 원피스가 너무 청초했던 고 다케우치 유코, 그리고 주룩주룩 내리는 비 입니다. 이제 6월이면 우리나라도 장마가 시작될 텐데 일본 로맨스의 고전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선택해 보는 건 어떨지 추천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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