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피고 싶어질때 볼만한 영화<우리도 사랑일까>
감추고 싶지만 다 드러나는 그녀의 적나라한 심리
마고는 안정적이고 평범한 결혼생활 중이었습니다. 앞집 남자 대니얼을 만나기 전까지는요.
출장지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알고 보니 하필 앞집에 살고 있습니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습니다.
그날 이후로 앞집 남자가 궁금합니다. 그 남자도 마고가 싫지 않아 보입니다.
그 남자의 관심이 싫지 않고 오히려 눈에 띄려 애씁니다. 집을 나설 때 일부러 큰소리를 내기도 하고 앞집을 의식합니다.
외출하는 나를 따라와 주길 은근히 의도하기 시작합니다.
이 남자도 나와 같은 마음일지 궁금합니다.
마고는 대니얼에게 설레고 자꾸 끌리는 마음을 감추고 싶지만 너무 적나라하게 티가 납니다. 사랑의 감정은 감출 수 없다고 했던가요. 그렇지만 불륜상황이어서 결코 아름다워 보이지 않습니다.
실제 마고는 말과 행동을 반대로 하는 이상한 플러팅을 하기도 하고 갑자기 사랑 운운하며 진지해지기도 하고 자꾸 뻔한 수작을 부려 밉습니다.
오히려 대니얼은 마고에게 열정적이진 않습니다. 마고에게 장단 맞추면서 지켜보는 느낌이랄까요. 마고는 심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지만 대니얼의 심리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저 관심을 바라는 여자에게 관심 주고 오는 여자 막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마고만 마음을 접으면 끝나는 관계였습니다.
사탕이 먹고 싶다고 함부로 훔치지 않듯이 결혼도 지켜야 할 금기가 있습니다. 도덕적인 사람인데도 유독 이 부부의 금기를 가뿐히 어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비겁한 건 나의 행동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이유를 만들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그동안 문제없이 잘 지내오다가 트러블을 만들어 수면 위로 올리며 남편 탓을 하는 마고처럼 말입니다.
헌것도 원래 새것이었고 새것도 헌것이 된다
부부는 살다 보면 열정은 식고 심드렁해지지만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 편안함과 안정감, 믿음이 굳건해 지죠.
하지만 앞집남자 대니얼의 등장으로 인해 마고 부부는 서서히 부부사이에 균열이 생기는데 정확히는 마고의 마음에만 생기는 균열입니다.
밖에서 짜릿하고 설레는 데이트를 하고 돌아온 마고는 별것도 아닌 일로 남편에게 짜증을 내고 마음이 주체가 되질 않는지 과하게 행동합니다. 혼자 기분이 좋았다 나빴다 하다 남편을 원망하기 일쑤입니다. 남편은 어리둥절합니다. 왜 갑자기 마고가 결혼생활에 불만을 표하고 익숙한 관계를 왜 무미건조한 관계로 퇴색시켜 버리는지 알 수 없습니다.
마고의 남편은 한결같은 성격에 하는 일도 집에서 진득하게 요리를 연구하는 사람입니다. 반면에 대니얼은 인력거를 끄는 활동적인 일을 하고 예술가 기질이 다분한 인물입니다.
확실히 두 남자의 이미지와 성향이 정반대로 다르긴 합니다.
매력이 다르기 때문에 더 강렬하고 신선한 느낌을 받겠지만 영화 속 대사처럼 '헌것도 원래 새것이었고 새것도 헌것이 되는 법'입니다. 언제까지 대니얼과 가슴 터지는 사랑을 할 수 있을까요.
마고의 남편이 치명적인 결함이 있어서 마고를 괴롭히고 힘들게 한다면 마고의 마음에 공감을 할 수 있었겠지만 잘해오던 결혼생활을 부정하면서 자꾸 헤어질 구실을 찾는 모습은 너무 비겁해 보입니다.
만약 대니얼과 결혼생활을 해오다 남편이라는 인물을 새롭게 만났어도 마고는 흔들리지 않았을까요?
영화 후반부에 레너드 코헨의 'take this waltz'가 흘러나오며 독특한 카메라 기법과 함께 온전히 한곡이 흐르는 동안 펼쳐지는 장면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를 담은 부분으로 다소 자극적인 장면이 있긴 하지만 남녀가 만나 열정적으로 사랑하다 서서히 식어가는 과정이 마치 뮤직비디오처럼 함축적으로 연출되는데 저는 이 부분이 영화의 백미였다고 생각합니다.
익숙함에 속아 행복을 놓치지 않길
지금 마고가 도파민에 중독이 되어서 그렇지 누가 봐도 평생을 함께할 배우자로써는 남편이 훨씬 낫습니다.
둥글둥글하게 편안한 성격에 성실하고 자기 일에 끈기 있고 진득한 사람입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아내를 꾸준히 사랑하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마고는 대니얼이 내생에 마지막 사랑인양 놓칠 수 없다고 판단해 남편을 떠났고 남편은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뜨거웠던 한때의 시기가 지나고 마고와 대니얼의 결혼 생활도 긴장감 없이 느슨해지고 미지근한 사이가 돼버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사건으로 인해서 전남편을 잠깐 만나게 되었는데 남편은 그전과 상황이 달라져 있습니다. 결혼생활 중 집에서 끈기 있게 준비했던 닭요리책이 출간되어서 판매가 잘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마고는 미련과 후회의 감정을 보입니다. 다시 돌아오고 싶어 하는 듯 전남편의 의중을 떠보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다시 받아줄 수 있을까요.
내가 쥐고 있는 것은 익숙해서 행복인지 모릅니다. 잃어봐야 얼마나 소중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한번 깨진 신뢰는 단단했을수록 더 붙이기 어렵습니다. 내 배우자의 가치를 과소평가하지 마시길.
익숙함에 속에 행복을 놓치는 실수를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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