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공포영화를 즐기고 싶을때 <콰이어트 플레이스 1>
입 틀어막기 급급한 감정이입 최고 공포영화
주위에 누군가 볼만한 공포영화를 찾는다면 저는 단언컨대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제 직장 동료가 이 영화를 먼저 보고 너무 재밌다고 줄거리를 말해줬는데 너무 스토리가 매력 있어서 바로 찾아보았습니다.
괴 생명체가 이미 세상을 지배해 폐허가 돼버린 가운데 위태로운 한 가족이 괴물과 대치해 살아남는 이야기입니다.
그 괴물은 시각은 없고 청각에만 극도로 예민해 소리를 내면 갑자기 나타나 공격합니다. 때문에 우리가 너무 당연해서 별 의식하지 않았던 일상생활의 소리에 굉장히 민감해지는 영화입니다.
주인공 가족은 임산부인 아내와 세 자녀로 구성되어있는데 아직 조심성에 미숙한 막내와 청각 장애가 있는 딸이 있습니다.
너무 위태로워 보이는 이 가족이 괴물과 끊임없이 숨바꼭질을 할 때마다 저는 제 입을 틀어막는 과몰입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임산부인 아내가 계단을 내려오다 큰 못에 찔려 필사적으로 고통을 참아낼 땐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고 괴물이 집안을 휘젓고 다니는 와중에 출산을 하는 장면은 숨 막히는 긴장감이 최고치에 달하는 압도적인 공포를 선사합니다.
괴수 영화나 공포 영화에 흔히 나오는 비명 지르는 장면이라던가 피칠갑하는 장면 하나 없이 공포가 극에 달할수록 오히려 더 조용해야 하는 독특한 구성의 서스펜스물 영화입니다.
독창적인 내용, 뛰어난 촬영법과 뛰어난 연기에 이르기까지 여러 면에서 완벽에 가까워 기존 공포와 다른 색다른 매력의 공포물을 찾는다면 이 영화가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극한의 환경에서도 꿋꿋이 의식주 해결하는 인간의 생명력
보기만 해도 트라우마 생길 것 같은 괴물이 활개 치는 황폐한 세상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어떻게든 적응하며 살아남는 인간의 위대한 생명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는 장면이 많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의식주를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는 방향으로 해결하려 음식은 모두 쪄서 나뭇잎 그릇에 담아먹고 방음을 위해 지하에서 생활하고 위험상황은 빨간 불빛으로 알리고 수화를 사용하는 등등 살아내기 위한 눈물겨운 사투가 영화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저는 특히 아이들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뛰어놀지도 못하고 소리 내는 장난감도 못 갖고 놀고 마음껏 웃지도 못하고 항상 겁에 질려 위축된 살아가는 자녀들이 짠합니다. 그 와중에 새 생명은 또 태어나고요.
기어이 위대한 인간은 괴물의 약점을 찾아내고 희망을 주는 결말로 다음편의 예고를 하며 막이 내립니다.
역시 인간은 북극이던 남극이던 사막이던 환경을 극복하는 최고의 적응 동물인 것 같습니다.
단순한 공포영화를 넘어 감성적 깊이를 더한 고품격 가족영화
안타깝게도 주인공 가족은 괴물에게 자녀를 잃습니다. 그 어느 누구도 잘못한 게 없고 악역은 괴물일 뿐인데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이 가족을 힘들게 합니다.
든든한 존재였던 아버지마저 자녀를 지키기 위해 희생될 때에는 먹먹함에 눈물이 나오기도 했지만 뒤이어 따라오는 긴박함에 울고 있을 겨를이 없었습니다.
괴물이 출몰하고 심장이 쫄아붙어서 살 수가 없는 환경에서도 사랑하나로 똘똘 뭉쳐 이겨내 버리는 주인공 가족을 보며 그 숭고한 사랑과 책임감에 경외심이 들기도 합니다.
목숨이 왔다 갔다 초를 다투는 긴박한 상황에 과연 누가 나를 대신해 희생해 줄 수 있을까요. 도저히 부모 아니고서는 떠오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렇게 흥미진진한 공포와 가슴 찡한 감동까지 선사하는 명작인 줄 알았다면 극장에서 감상했을 텐데 그냥 지나쳤던 게 한스러워서 2편이 나왔을 때는 바로 극장으로 달려갔었습니다.
1편을 경험한 후라 2편에서는 공포의 신선함은 좀 떨어졌었지만 스토리와 구성은 괜찮았고 볼만했습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첫째 날>이 현재 상영 중인데 이건 평이 별로 안 좋네요. 아무래도 1,2편에서 보여줬던 소리 없는 공포감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듯싶습니다.
비명이 안 나오는 공포영화를 경험해보고 싶으시다면 콰이어트 플레이스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어느 순간 숨 쉬는 것도 잊은 채 입을 막고 있는 나를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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