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 후기,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크리스마스 시즌 겨울영화
예술영화, 독립영화 취향에 감정이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제 영화취향은 판타지를 안 좋아하고 일상물, 그중에서도 감정선이 섬세한 영화를 좋아하는데요
한 개인의 일상을 따라가면서 주인공의 심리를 충분히 표현하는 영화를 선호합니다.
빠른 전개에 자극적이고 도파민 터지는 영화보다
남들은 지루하다 할지 몰라도 저처럼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 꽤 계십니다.
이 영화는 이런 제 취향에 부합하면서 상당한 여운과 생각할 거리를 남겨준 영화였습니다.
제목에 '사소한'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지만 내용은 결코 사소하지 않은 영화입니다.
러닝타임 98분에 비해 상당히 묵직한 영화입니다.
비도덕적이고 비극적인 실화(막달레나 세탁소 사건)를 바탕으로 하였고
작위적으로 감동을 이끌어내거나 빈번한 음악사용 없는 영화입니다.
제목 | 이처럼 사소한 것들 |
장르 | 드라마 |
러닝타임 | 98분 |
감독 | 팀 밀란츠 |
주연&제작 | 킬리언 머피 (석탄칠을 한 얼굴마저 잘생기게 나옴) |
수상 | 뉴포트비치 영화제 - 심사위원상 최우수 촬영 베를린 국제영화제 - 은곰상:조연 연기상 |
영화탄생 배경 | 킬리언 머피와 감독 팀 밀란츠는 친구이자 동료사이 클레어 키건의 원작소설을 읽고 너무 좋아 의기투합해 일사천리로 영화화 함 |
영화분위기 | 서늘한 겨울배경 어둡고 푸르스름하고 차갑고 차분한 분위기 작위적이지 않은 연출이 돋보임 |
모두가 쉬쉬하던 그곳의 참상을 목격하게 되었다
아일랜드의 어느 마을에서 작게 석탄사업을 하는 빌 펄롱은(킬리언 머피)
직원들과 함께 직접 석탄 배달도 다닙니다.
그는 아내와 다섯 딸과 함께 소박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가장입니다.
빌은 이곳저곳으로 석탄 배달을 다니지만 수녀원으로 배달을 갈 때마다
심상치 않은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희미하게 들리는 아기 울음소리, 소녀를 강제로 수녀원으로 밀어 넣는 어른,
추운 겨울인데 석탄창고에 갇혀있는 소녀, 노동하는 소녀들...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 폐쇄적인 수녀원입니다.
그곳에서 소녀들을 학대, 강제 노동, 감금하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빌의 딸들 뿐만 아니라 마을의 아이들도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학교에 다니고
종교 생활뿐만 아니라 마을의 큰 행사를 주관하는 수녀원이기에
마을사람들과 아내는 괜히 수녀원과 마찰을 빚지 않으려 합니다.
수녀원의 행태를 어렴풋이 다들 알고는 있지만 밉보여 좋을 게 없고 내일이 아니므로
모두 외면, 방관하고 있고 빌에게도 괜히 나서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말수 없고 조용한 빌은 딱한 처지에 있는 이웃들을 쉽게 외면하지 못하는 성품을 지닌 사람입니다.
더군다나 수녀원에서 혹독한 학대를 당하고 있는 소녀 세라를
직접 만난 후에는 내면의 혼란과 갈등이 점점 심해집니다.
불행을 경험했던 사람일수록 타인의 불행을 외면하기 힘들다
과거에 어떤 식으로든 마음이 아파본 사람은 타인의 아픔에도 깊게 감정이입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외로움이던 불우했던 가정환경이던 가난, 실연, 실직이던 뭐였 든 간에
괴롭고 불행했던 경험이 있던 사람은 현재 힘든 사람에게 시선이 가게 마련입니다.
주인공 빌도 어린 시절 아버지 없이 자랐고 어린 나이에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했던
가슴 아픈 경험이 있어
어른이 되어 가장이 되었어도 상처에서 온전히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길에서 마주친 불우한 소년을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성품이었는데
수녀원에 갇여있는 불행해 보이는 소녀들을 본 후
그의 우울과 불면이 더 깊어지고 공황발작이 오기도 합니다.
엄연히 수녀원에서는 부도덕한 일이 자행되고 있지만
마을전체 분위기는 그곳의 실체를 알아내려 하지 않고 문제 삼지 않으려 합니다.
그런 사람들 속에서 나 혼자 소신껏 행동한다는 건 굉장한 결단이고 용기입니다.
빌은 급기야 도저히 외면할 수 없어 한 소녀를 구출해 냅니다.
분명 이 일은 그 마을 사회에서 엄청난 반항으로 여겨져
빌과 그의 가족에게 굉장한 불이익으로 돌아올게 뻔합니다.
소녀를 구해내 집으로 돌아오는 그 길
많은 마을사람들이 분명 보았고 수녀원에 갇혀있던 소녀라는 걸 짐작했으면서도
누구 하나 빌에게 다가와 함께 돕는 사람 없었고 멀찍이서 그저 구경만 할 뿐이었습니다.
나는 이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듯..
이후 빌과 빌의 가족에게 다가올 시련이 짐작되는 장면이어서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빌도 어린 시절 미혼모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사회에서 내몰릴 수 있는
위태로운 상태였지만 어느 맘씨 좋은 부인의 도움으로 잘 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몸은 성인으로 잘 성장할 수 있었을지언정
내면에 외로움, 상처, 트라우마는 성인이 되었다고 결코 치유될 수 없는 영역입니다.
빌 자신도 불행해 봤고 도움받아봤기에
타인의 불행을 돕고 싶은 마음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불행은 마냥 남의 일이 아니고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고 또 누구의 탓도 아니기에
서로 도움 받고 도움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누굴 돕는다는 게 큰 용기와 결단으로 나 자신을 던져야 하는 일이 아니라
사소할 정도로 흔한 일이 될 수 있길 빌은 간절히 바랐을 겁니다.
막달레나 세탁소 사건을 다룬 클레어 키건 작가의 소설이 원작
이 영화의 원작은 소설입니다.
아일랜드 대표작가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라는 작품이죠.
이 작품은 1920년대부터 70년 동안 자행되었던 막달레나 수녀원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세탁소에 여성들, 소녀들이 동원되었고
심각한 노동착취와 학대가 있었다고 합니다.
직업여성, 미혼모, 미혼모의 딸이라는 이유로 정당한 임금도 지불받지 못한 채
인간이하의 대우를 받으며 강도 높은 노동이 자행되었다고 합니다.
그 당시 아일랜드는 가톨릭 사회로써 가톨릭 교회의 권위가 상당했기에
이러한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일들이 묵과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이러한 배경지식 없이 바로 영화를 감상했고
한창 몰입하던 중 갑작스러운 엔딩에 좀 당황했습니다.
여운이 너무 강하게 남았고 영화내용 중 궁금증 해소가 안된 부분이 있어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간 다음에도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고 폭풍 검색을 했습니다.
빌에게 배어 있는 우울함의 근간이 어린 시절에 있는 게 분명한데
과거 회상장면이 기억의 조각들로만 보여서
대체 빌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영화 관련 폭풍검색을 한 다음에야 자리에서 일어섰답니다.
영화는 주인공 빌을 부조리에 맞선 영웅으로 묘사하지 않았습니다.
빌이 소녀를 구해야겠다는 행동을 하기까지
도울방법이 없는 무력감, 뒤따라올 불이익, 내 가족에게 닥칠 위기,
괜한 일 만들지 말라는 분위기, 어린 시절의 기억등
여러 가지 생각이 뒤엉켜 잠 못 이루는 여러 밤을 보낸 후
조용히 요란하지 않게 실행에 옮겼을 뿐입니다.
그 훌륭한 용기에 감탄하며 가슴 뜨겁게 응원하지만 곧 닥쳐올 위기가 짐작되기에
엔딩 이후 걱정스러운 여운이 오래 남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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