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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호 감독의 무자극 영화<행복>줄거리와 주제

멋지오 2024. 3. 17.

 

<행복>줄거리

영수(황정민 배우)는 서울 강남에서 클럽을 운영했지만 운영이 어려워지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간경변이라는 병을 얻은 데다 애인에게도 버림을 받습니다. 술과 담배, 여자, 음악등 자극적인 쾌락을 추구하던 삶의 대가인지 건강과 연인과 일마저 한꺼번에 모두 잃고 미련 없이 서울을 떠나 한적한 시골  '희망의 집'이라는 요양원에 들어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건강을 회복하려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그곳에서는 술, 담배, 인스턴트식품 금지에 밥도 무염식으로 먹어야 합니다.

생전 처음 경험해 보는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 엄격한 생활규칙 속에 눈에 들어오는 한 여인 은희(임수정 배우)가 있습니다. 부모 형제 없고 폐도 60%가 없는 그녀는 요양원생활 8년째이자 그곳의 종사자입니다. 

요양원 생활에 차츰 적응해 가던 찰나 폐암 환자였던 룸메이트의 자살을 목격함으로써 언제 드리울지 모를 죽음의 그림자에 영수는 무섭습니다. 그런 자신을 다독여주는 아프지만 강해 보이는 은희가 있어 힘이 되고 의지가 되다가 서로 사랑하게 됩니다. 도시 속에 쾌락 중독자였던 영수는 이렇게 무해한 환경에서 세상 무해한 여자 은희를 만나 아무것 가진 것 없어도 오직 사랑 하나만으로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소박한 연애를 이어나가다 결국 둘만의 동거를 시작하게 됩니다.

은희는 지극정성으로 영수의 건강 회복에 힘썼고 영수 또한 이젠 은희 없는 삶은 꿈도 꿀 수 없을 정도로 사랑하게 됩니다. 

1년 후 은희의 보살핌 속에 건강을 회복한 영수에게 서울에서 영수의 친구와 전연인이 찾아옵니다. 잊고 있었던 서울 생활이었는데 그들 덕에 영수의 일상이 묘하게 흔들립니다. 슬슬 서울이 그리워진 영수는 은희에게 서울 한번 다녀오겠다 가볍게 말했지만 막상 도착한 서울에서 그간의 시골생활을 완전히 잊은 듯 다시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는 영수. 그리고 서울물이 잔뜩 든 채 은희에게 돌아와서는 잔인한 이별을 고한 후 영수는 은희 곁을 떠납니다. 

세월은 흘러 영수는 다시 혈혈단신 병자가 되었고 은희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찾아가 보았지만 그토록 그리웠던 영수의 얼굴을 확인한 후 은희는 눈을 감습니다.

허진호 감독의 무자극 영화

사랑은 피어오를 땐 세상 더없이 찬란하다가 사랑이 식을 땐 더없이 비겁한 모습을 합니다.

영화 속 영수도 몸이 아플 땐 소박한 시골생활도 행복했는데 건강을 회복하니 도파민 가득한 서울이 그리워집니다. 

영수와 헤어졌던 여인도 비겁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매몰차게 버릴 때는 언제고 시골에서 다른 사람으로 살고 있는 영수를 보더니 다시 유혹합니다.

은희의 지극한 돌봄 덕분에  영수의 건강이 회복되니 이젠 은희의 병이 부담스럽습니다.

없으면 못 살 것 같은 그녀였는데 이젠 지루하고 궁상맞아 더 이상 사랑스럽지 않습니다.

잔인한 이별을 하고 떠나는데 그녀의 울음소리가 문밖으로 들려오니 발걸음을 재촉해 그 자리를 떠나버립니다.

어떻게 되찾은 건강인데 그 몸에 안 좋은 술 담배 다시 해서 병자가 됩니다.

사랑할 때는 오직 상대밖에 안 보이고 분명 하늘의 별도 따다 줄 기세를 보이다가 어쩜 이렇게 사랑이 식으면 사람이 비겁해지는 걸까요. 사랑이 변하는 걸까요 사람이 변하는 걸까요.

이 영화는 그 유명한 <8월의 크리스마스>와 명대사 '라면 먹고 갈래?'의 <봄날은 간다> 허진호 감독님의 영화입니다.

찬란한 사랑도 인간의 나약함도, 사랑 앞에 비겁함도 모두 기교 없고 담담하게 연출하는데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어 버리는 감독님입니다. 다시 한번 그분만의 감성연출로 감정이 건드려지고 싶은데 새 영화소식이 안 들려옵니다.

자극적인 도파민이 가득한 요즘에 이렇게 담백하지만 먹먹한 감성의 영화가 다시 찾아오길 기다려 봅니다.

 

주제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나약한 동물이라 지극히 환경의 영향을 받습니다. 저도 과거 오랜 세월을 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살았습니다. 즐거울 때도 외로울 때도 화날 때도 대화가 필요할 때도 술이 함께 했습니다. 그 당시 술을 좋아하는 사람과 친밀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술을 안 좋아하는 사람과 친밀해지니 저도 술을 안 좋아하는 사람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그 어떤 경우에도 굳이 술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누구와 있고 어떤 환경에 영향을 받느냐가 추구하는 행복의 가치관을 결정하는 것 같습니다.

영화 속 영수의 서울생활은 늘 술 담배 여자와 함께였습니다. 클럽을 운영하는 밤문화생활환경 속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영수는 그 생활이 쾌락적이고 삶의 재미이자 행복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강을 잃고는 그 모든 것이 무의미 해집니다. 그리고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은희를 만나게 됩니다. 

서울과 정반대의 시골이라는 환경에서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고 몸에 해로운 것을 멀리하고 소박한 살림에 불평 않는 은희 곁에서 은희의 가치관에 영수도 물들며 같은 가치관으로 삶을 대하게 되었습니다.

서울에서의 영수와 시골에서의 영수는 1인 2역을 하는 것처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입니다.

진정 내가 행복한 삶은 과연 무엇인지라는 난제는 영원히 우리를 따라다니는 숙제가 될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확실히 영수가 은희와 함께 할 때 진정으로 행복해 보였습니다. 

영화가 끝나는 장면에서 영수는 한겨울에 다시  '희망의 집'으로 짐가방을 들고 걸어 들어갑니다. 그런데 그곳에는 이제 은희가 없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꼈을까요. 영수 삶에 더 이상 '희망의 집'은 없을 거라는 예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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